2022. 2. 23. 13:09ㆍ영감
한창때 미니멀 음악과 같은 현대음악에 빠져 있었다고 하는 히사이시 조 할아버지예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에세이에 쓰여있듯 현대음악이 대중과의 거리를 계속해서 넓히고 난해한 실험에만 몰두하게 되는 것에 의문을 느껴 당시에 개인적인 음악 사조 속 현대음악에서 완전히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요. 이제는 WORKS 앨범들과 미니멀리즘 앨범들이 보여주듯 현대음악과 대중음악의 중간을 타협하며 음악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는 걸 조 선생님도 깨달았다고 하고요. 저는 조 선생님을 몹시 몹시 좋아합니다. 미니멀 음악의 '반복'이 얼마나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하는지를 제 귓구멍에 쏟아부어줬어요. 특히나 미니멀 음악의 방식을 많이 도입한 기타노 할배 영화들의 음악들로 쏟아부어줬습니다. 여러 조 선생님 관련 글들을 찾아보게 되고, 미니멀 음악가들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미니멀 음악이라는 현대음악의 구조적이고 복잡한 해석은 저에겐 무리지만 분명히 그것에서 느껴지는 음악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었기 때문에 미니멀 음악들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해리파치, 라 몬테 영 같이 커뮤니티에서 시끌벅적하게-웃기게-떠돌았던 작곡가들이나 스티브 라이히, 필립 글래스 같은 미니멀 거장들을 마구마구 뒤져봤죠. 그러면서 조 선생님을 더 애착하게 되기도 했는데, 역시 저라는 사람은 멜로디의 감동도 절대 놓지 못하는 터라, 그래서 미니멀 음악적인 요소에서도, 다른 면에서도 어떠한 이미지의 멜로디를 누구보다도 잘 포착해내고, 표현해내는 조 선생님에겐 더 큰 애착이 생겼죠. 현시대 베토벤과 가장 닮은 사람이라고 피아니스트 손열음 님이 말한 것처럼 듣자마자 맹렬히 뇌 속에 각인되는 음악들을 클래식 범주 안에서 이다지도 많이 작곡한 사람은 그리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에게 미니멀 음악이란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게, 가까이하게 만들어줬지만, 클래시컬 음악 자체의 멋짐을 조 선생님이 주입시켜 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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