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7. 10:10ㆍ영감
카가야키 앨범을 처음 접하고 난 뒤의 감정은, 정말 어릴 때 어디선가 하야오 영감님의 원령공주를 봤을 때, 그 때의 소용돌이와 비슷합니다. 카가야키의 소박하고 담백한 맛, 멋과 원령공주의 방대하고 강렬한, 가시같이 한 점으로 모이는 맹렬함은 무척이나 다르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접하고 난 뒤의 이리저리 떠올라서 힘껏 휩쓸고 깊이 내려앉는 감정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깊이 곧게 뻗는 것이, 결이 참 비슷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감사히도 옅어지지 않는 큰 힘을 받는 것들이죠. 하야오 영감님-그리고 히사이시 조 할부지-에 대해서도 쓱쓱 써내려갈만한, 나에게 내려앉은 그 것들이 한무더기라 느끼지만, 지금은 마사카츠 아저씨가 준 것들에 대해 일단 짧게라도 써보고 싶어요.
타카기 마사카츠 음악의 전기라고 해야할런지, 10년대 이전의 마사카츠 아재 음악은 영상 작가로서 제작했던 영상물들과 어울리게 날카롭고 추상적이면서 어딘가 따스한 역설적인 힘을 가진 아방가르드한 앰비언트, 전자 음악이었는데, 이 때의 마사카츠 영상물들을 보면, 이 시절의 타카기 마사카츠는 형이상학의 관념 빵빵한 비디오 아트 표현에 집착했다는 게 느껴져요. 당시의 일본의 환경음악 예술가들과 비슷한 인상주의 전자 음악 사조에 한 자리 했다는 것도 느껴지고요. 현재의 시골 아저씨 마사카츠 아재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보이면서 분명한 원형은 가지고 있는 이 때의 음악들이 참 재밌게 들리긴 합니다. 용일이형의 둘째 딸, 사카모토 미우와 합작한 앨범 <sorato>나 <air's note>는 정말 훌륭한 포크트로니카 음악들이고, <coieda>의 몇 곡들도 참 맘에 들고, <private / public>, <tai rei tei rio>앨범에 와서는 몽환적인 감정은 유지, 날카로운 감정은 세 꼬집 정도 덜어내고, 그러면서 앞서 얘기 했듯이 후기의 원형이 분명한 인상으로 살아있는 마사카츠 아재의 상냥한 감성이 마구마구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마사카츠 아재가 솔로몬 제도와 에티오피아에 여행을 가고, 단바 시노야마의 작은 마을로 이사를 하고 나서의 음악들은 확실한 변화를 맞이하는 게 들립니다. 점점 덜어내고 있던 전자 음악의 형태를 전자적으로 발생하지 않는-어쿠스틱한-사운드로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의 형태를 바꾸게 되는 것이 확실하게 들려요(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도시의 주변에서 살아온 마사카츠 아재가 직접, 흙을 얻어 집을 만들고, 나무를 받아 불을 피우고, 물을 받아 피를 만들고, 바람을 받아 노래하는, 그런 동경 되는 것들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나게 되어 예전부터 마냥 생각하던 시골로의 이사를 실행하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분명히 자연과 가까운 것이 주는 대단히 긍정적인 순수, 강물같은 감정이, 에티오피아에 다녀오고 나서의 2013년 이후 음악에 흐르고 있습니다. <kagayaki>, <omusuhi> 앨범들 뿐만 아니라, 어떤 작품의 사운드 트랙을 맡아 나온 앨범들에서도.
스스로 과장을 섞어 인생을 다시 정정할 수 있다는 이사를 했다고 타카기 마사카츠는 말하는데, 음악에서, 글에서 나타나듯이 마사카츠 아재가 이 당시에 느낀 자신의 감정들과 동경, 생각, 영감들은 여간 작은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인생을 정정하는 듯한 기분이었다는 건 정말 과장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이 마사카츠 아재를 보면서 느끼는 제 감정이, 마사카츠 아저씨가 그런 것을 겪으며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서도).
2013년 2월에 나온 <omusuhi> 앨범은 아직 마사카츠 아저씨가 시골로 이사를 가기 전에 나온 앨범인데요, 세계를 여행 하고 난 뒤의 많은 것들을 모아모아 정리하는 것만 같은 음악들이 모여져 있지요. 그야말로 현재의 향수 투성이 마사카츠 음악을 상징하는 듯한 'kaze kogi',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 나라의 문화를 머금은 음악가, 사람들과 함께 멜로디를 연주한 'light song' 곡들, 앨범 커버처럼 여러 색채가 묻어있는 세계의 사람들이 속삭이는 듯한 'nijiko' 라던지, 감히 짧게 정리하자면,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아름답고 고마운 감정들을-그것도 세계의 사람들의 소리로-모아놓은 타카기 마사카츠식의 화합의 앨범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자신의 서정을 가진 멜로디를 들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는 심정은 어떤 것일까요, 당시의 그 소박하지만 마냥 꿈꾸던 감성들을 위해 여행을 하고, 생각하고 있던 마사카츠 아재는 그 순간에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상상만 해도 제가 더 벅차는 기분이에요. 저는 그것만을 느껴도 충분히 이 앨범이 여러 의미로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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